- 보통명사화된 상표?
<오늘의 일기>
‘오늘 아침에 간단하게 초코파이와 요플레를 먹고 학교를 갔다. 가는 길에 서점에서 포스트잇과 샤프를 새로 샀다. 서점에 갔다 오느라 급하게 뛰어갔지만 엘리베이터를 놓쳐 결국 수업에 지각하고 말았다. 시험 기간이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보니 두통이 생겨 타이레놀을 사서 먹고 집에 갔다. 새벽에 집에 도착하니 배가 고파져서 야식으로 컵라면과 햇반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 일기가 원래 상표였던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사실 일기 속 단어들은 보통명사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상표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여기에는 보통명사화된 상표들이 많이 숨어있습니다. 보통명사화된 상표란 특정 상표가 유명해지면서 그 상표가 사용된 상품 전체를 대표하는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상표를 의미합니다.
- 이 단어가 원래는 상표였다고요?
보통명사화된 상표는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습니다. 먼저 앞에 나왔던 일기 속 단어들을 본래 의미의 보통명사로 바꾸어서 써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일기>
‘오늘 아침에 간단하게 초코과자와 요거트를 먹고 학교를 갔다. 가는 길에 서점에서 탈착식 메모지와 기계식 연필을 새로 샀다. 서점에 갔다 오느라 급하게 뛰어갔지만 승강기를 놓쳐 결국 수업에 지각하고 말았다. 시험 기간이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보니 두통이 생겨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를 사서 먹고 집에 갔다. 새벽에 집에 도착하니 배가 고파져서 야식으로 용기면과 즉석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단순히 단어만 바꾸었을 뿐인데 몸에 안 맞는 옷을 걸친 것 마냥 어색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상표로 부를 때 의미 전달이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통명사화된 단어들은 굉장히 많이 있는데요, 그중 우리 주변에서 정말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들을 모아봤습니다.
○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상표)-승강기(보통명사) : ‘엘리베이터’는 미국의 승강기 업체인 ‘오티스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승가기의 이름입니다.
○ 샤프
‘샤프’(상표)-기계식 연필(보통명사) : 일본의 전자회사 ‘샤프전자’의 창업자인 하야카와 토쿠지가 개발한 기계식 연필에 ‘에버레디 샤프(Ever Ready Sharp Pencil)’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유래입니다.
○ 컵라면
‘컵라면’(상표) – 용기면(보통명사) : 일본 닛신식품이 ‘컵누들’을 발명하고, 국내에서 삼양식품이 최초로 ‘컵라면’이란 상표명으로 도입 시판했습니다.
○ 슬라임
‘슬라임’(상표)-하이드로겔 장난감(보통명사) : ‘슬라임’은 미국의 장난감 회사인 마텔(Mattel)에서 1976년에 처음 개발한 장난감의 상표명입니다.
○ 컬러링
‘컬러링’(상표)-통화 연결음(보통명사) : ‘컬리링’은 SK 텔레콤 통화 연결음의 대표 상표명이며, KT 통신사에서는 링투유로 LG U+ 통신사에서는 필링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 호빵
‘호빵’(상표)-찐빵(보통명사) : ‘호빵’은 삼립식품의 상표명으로 ‘호호 불어 먹는다’ 또는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 대일밴드
‘대일밴드’(상표)-반창고(보통명사) : ‘대일밴드’는 우리나라에서 반창고 판매량이 가장 높은 회사'대일화학공업'의 이름입니다.
○ 요플레
‘요플레’(상표)-요거트(보통명사) : ‘요플레’는 프랑스 소디알 사의 상표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빙그레 사의 요플레로 유명해졌습니다.
○ 아이보리
‘아이보리’(상표)-상아색(보통명사) : P&G의 ‘아이보리’ 제품명의 비누가 상아색으로 제작되었는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아이보리가 상아색 자체를 통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포크레인, 딱풀, 흑채, 기프티콘, 웹하드 등 알고 보니 상표였던 보통명사들은 정말 많이 있습니다.
- 상표가 보통명사가 되는 일이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라고요?
상표의 보통명사화는 곧 상표의 인지도가 대중들 사이에서 최정상을 찍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회사들은 보통명사화된 상표가 막대한 지식 재산권의 손해를 부르기 때문에 상표가 너무 유명해지는 것을 꺼려 한다고 합니다. 자사 상표가 보통명사로 인식되면 자타 상품 식별력이 사라져 상표로서의 가치가 사라지고, 상표 등록의 무효 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 특허법원의 99허185 판결에서는, 초코파이를 ‘초코파이라는 표장이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는 관용하는 상표로 되어 자타 상품의 식별력을 상실하였다고 본 사례’로 판결한 일례가 있습니다. 여러 제조회사의 초코파이 제품은 그 앞에 붙은 “오리온”, “롯데”, “크라운”, “해태” 등에 의하여 제품의 출처가 식별되게 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 상표는 상표일 뿐, 명사로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이러한 지식재산권의 손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제록스는 ‘XEROX는 복사의 다른 말이 아닙니다. XEROX는 법으로 보장되는 상표명입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따로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닌텐도는 ‘There's no such thing as a Nintendo'라는 문구를 사용해 닌텐도는 일반 비디오 게임 제품들을 칭하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로서 자신들이 등록한 제품 앞에 붙이는 고유한 상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크리넥스는 상표에 표시된 '®’표시 (Registered Trademark Symbol, 상표 등록된 마크임을 인증하는 상표 기호)를 지우지 말 것을 당부하는 광고 문구를 게재하였습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단어들 중 알고 보면 본래 상표였던 고유명사들이 참 많은데요.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면 의외로 쉽게 찾아진답니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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