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김대성이 751년에 불국사에 석가탑을 세우고 탑 속에 넣은 것으로 여겨지는 불경인데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우리나라 인쇄기술 이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불경이 인쇄되어 있는 종이가 751년에 만들어졌음에도 완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인데요.
일반 종이의 수명이 최대 100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1000년이 넘은 세월을 견디고서도 훼손되거나 찢어지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 팔방미인 '한지'의 쓰임새
우리 선조들이 썼던 종이 “한지”는 닥나무의 껍질로 만들어집니다. 닥나무 껍질을 ‘저피’라고 하는데요. 이에 어원을 두고 저피-조비-조해-종이로 변했다고 합니다.
한지는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우선 창호지로써의 쓰임인데요. 유리창은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지만 햇빛이 모두 통과됩니다. 문에 한지로 만든 창호지를 바르면 햇빛과 달빛을 일부 통과시켜 방 안이 환하면서 은은한 조명등 역할을 합니다. 숨 쉬는 종이라고 불리는 한지인만큼, 섬유 사이의 공간에 공기가 조금씩 움직여 환기가 되게 하고 방 안의 온도를 밖의 공기에 빼앗기지 않게 합니다. 추운 겨울에도 창호지 한 장으로 찬바람을 막아주는 만큼 보온성도 좋습니다.
뛰어난 내구성 덕분에 한지는 화살을 막아내는 갑옷인 지갑(紙甲)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음향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한지로 만든 스피커는 매우 매력적인데요. 한지로 스피커의 진동판과 판넬을 만들면 소리가 더 원음에 가깝게 전해지고 강하고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한지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주탐사선 등에 실리는 각종 로봇들에 한지가 이용될 수 있는데 나사에서 주목한 것은 한지가 태양광에 강한 내구성을 보이면서 가벼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기존 물질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 한지의 탄생, 그리고 지식재산권
한지는 어떻게 만들어낼까요?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무형자산 같은 것이어서 특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닥나무 껍질로 만들지만 껍질을 벗겨내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 껍질을 장시간 물속에 넣고 하얀 껍질로 만들어 낸 후에 잿물(수산화나트륨 용액)에 담가 섬유질을 풀어낸 뒤 △맑은 물로 3~4일가량 헹구고 햇볕을 쬐어 표백을 해야 합니다. △그다음 닥나무 방망이로 닥 섬유가 죽이 될 때까지 두들겨 낸 후 얇게 떠서 말려 만듭니다.
한지와 관련된 특허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았는데요. 그 수는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감귤 껍질을 이용한 한지의 제조 방법”과 “파래를 이용한 한지 제조 방법”이 검색되었습니다.
우선 '감귤 껍질을 이용한 한지 및 그 제조 방법'은 감귤 껍질 분말을 한지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혼합하여 아름다운 색상과 부드러운 촉감을 나타내면서 은은한 감귤 향을 발산하여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한지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한지의 강점을 더 부각시키고 이에 감귤의 독특한 특성까지 결합하여 더 좋은 품질의 한지를 만들어 낸 좋은 특허사례입니다.
'파래를 이용한 한지 제조 방법'은 폐기물로 버려지는 파래를 자원으로 활용하여 환경오염을 막고, 한지의 촉감을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자연스러운 무늬를 만들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한지의 강도 또한 개선되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키프리스 검색 결과 한지는 세계 어느 종이보다 독특하고 강력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고급화 및 전문화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허권을 갖는다는 것”, 기존에 우리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됩니다. 한지와 같은 경우는 산업계 및 제지 과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세계 무대에 강력한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한지의 기본적 특성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이에 대한 특허로 세계에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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