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타입 디자이너이자 조각가 에릭 길의 서체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재탄생했다. 이름하여 "에릭 길 시리즈(Eric Gill Series)"로 길 산스 노바(Gill Sans Nova), 조안나 노바(Joanna Nova), 조안나 산스 노바(Joanna Sans Nova)를 담은 컬렉션이다.
세계적인 글꼴 제작 회사 모노타입(Monotype)은 컬렉션 출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과거에는 책, 신문, 포스터와 같은 인쇄물로 글자를 접했다면 오늘날에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정보 대부분을 받아들입니다. 작게는 애플 워치의 스크린부터 크게는 실외 전광판까지 서체가 적용되는 매체의 크기 또한 이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매체 환경과 시대적 흐름에 최적화된 리뉴얼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에릭 길의 대표작인 길 산스는 푸추라(Futura)나 악치덴츠 그로테스크(Akzidenz Grotesk)로 대표되는 기하학적 산세리프체와 달리 세리프체의 우아함과 인간미를 담은 휴머니즘 산세리프체로 평가된다. 다리가 길고 둥그스름하게 뻗은 R이나 붓으로 그린 듯 날렵하게 마무리된 Q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클래식과 모던함을 두루 갖춘 덕분에 영국 철도 공사의 홍보물, 펭귄 북스의 표지, BBC의 로고에도 사용됐으며 현재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모노타입은 길 산스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본문용 서체로서의 가독성을 높이는 한편 기본 스타일 외에 Shadowed, Inline, Deco 스타일을 더해 총 43가지 세트로 확장했다. 또한, 어센더와 디센더를 조정한 대체문자를 탑재해 디자이너의 선택 폭을 넓혔다.
조아나는 손으로 쓴 자연스러운 흘림과 함께 미세한 각이 느껴지는 슬랩 세리프체다. 이탤릭의 기울기를 3도로 최소화하여 로마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수공예를 중시했던 에릭 길은 레터프레스 인쇄소를 차렸고 이에 쓰일 본문 활자로 조아나를 디자인했다. 과거에 납 활자에서 디지털 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글자 폭이 좁아졌던 것을 보완하여 에릭 길의 원본에 더 가까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길 산스와 조아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조아나 산스 노바는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서체다. 조아나의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획의 너비를 일정하게 하여 견고한 느낌의 산세리프체를 완성했다. 소문자 g, f, k 등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된 대체문자로 에릭 길 시리즈의 느낌을 살렸다. 출시 후 전자책 리더기 Nook GlowLight에 기본 서체로 탑재되어 활용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모노타입은 컬렉션 출시와 함께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전시를 오픈했다. 에릭 길의 드로잉서부터 서체가 출시되기까지 수정, 보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타이포그래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가볼만 한 전시다. 아래 사진을 통해 전시 내부 풍경을 볼 수 있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 Design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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