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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동향

짝퉁기업이 원조기업을 인수하면?

by 특허광장 2021. 3. 1.

짝퉁기업이 원조기업을 인수하면 그 기업은 원조기업이 될까요? 

단순히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원조기업의 특허 기술을 모두 소유한 이상 ‘짝퉁’으로만 남지 않을 텐데요. 1999년 미국에서 세계 기업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탄생한 기업 ‘세그웨이(Segway)’와 이를 인수해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던 중국의 ‘나인봇(Ninebot)’ 이야기입니다.

○ '세그웨이' 이야기

1999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그웨이”는 2001년, 두 개의 바퀴가 달린 1인용 전기 스쿠터를 개발한 혁신적 기업입니다. 세그웨이 사(社)가 개발한 1인용 스쿠터의 이름은 기업명과 동일한 ‘세그웨이’인데요. 자동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활용해 탑승자의 움직임만으로 전진, 후진, 회전이 가능한 신개념 스쿠터입니다.

이와 같은 세그웨이를 개발한 사람은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Dean Kamen)인데요. 특별한 조작이 필요 없이 균형을 이용해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자동 균형 제어장치인 자이로스코프(Gyroscope) 센서가 탑재되어 전후좌우 방향을 바꿔도 오뚝이처럼 균형을 유지합니다. 

참고로 '자이로스코프'란 방향을 알아내고 유지하는 데 쓰이는 장치인데요. 바퀴가 회전할 때 기계의 방향이 바뀌어도 회전축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이용합니다. 지금이야 자이로스코프가 대중적인 기술이 되어 스마트폰에도 적용해 이를 기울이면 화면을 전환할 수 있지만, 세그웨이를 개발할 당시에는 스마트폰 등장하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딘 카멘은 머지않아 빌 게이츠를 넘어서는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는데요. 유명 기업인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투자자 중에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보도나 차도에서 주행하기 어려운 디자인 및 성능, 무게중심 이동만으로 주행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심리 등으로 실제 판매로는 거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2002년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됐지만 한 대당 가격이 700만 원 정도에 이르며, 미국의 대형 쇼핑몰에서 경찰들의 순찰용으로 구입하는 데 그치게 됩니다.

양산 이후 2007년까지 판매된 세그웨이는 총 3만 대에 불과했고 2014년 한해 만대밖에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기업의 주인도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요. 회사는 결국 2009년 영국의 사업가 지미 헤셀든에게 매각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듬해 헤셀든이 세그웨이를 타다가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 '나인봇' 이야기

중국의 로봇 엔지니어들이 2012년 설립한 “나인봇”은 세그웨이의 모방제품을 약 1/3 가격에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세그웨이에는 지갑을 열지 않던 소비자들이 나인봇에는 지갑을 열었던 상황을 보면, 세그웨이 제품을 구매할 시장의 크기는 충분했지만 그 가격이 소비자를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나인봇의 출시 초기에는 ‘짝퉁 세그웨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금세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성공합니다. 나인봇의 성공으로 최근 중국 내에서도 유사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이에 나인봇은 모방제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원조기업인 세그웨이를 인수하기로 결정합니다. 바로 2015년 4월의 일이었는데요. 정확한 인수금액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100% 지분 인수인 경우 인수금액이 약 1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나인봇은 단순히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렇게 거액의 인수를 추진한 것일까요?

사실 나인봇은 세그웨이 인수를 결정하기 전인 2014년 9월경, 세그웨이로부터 제품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당합니다. 이에 나인봇은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뿐만 아니라 특허의 강력한 힘인 금지 청구권, 가장 큰 시장인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당해 해외 수출 가능성이 낮아질 처지에 놓였는데요. 결국 나인봇은 원조기업 세그웨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7개월 뒤 2015년 4월, 나인봇은 세그웨이를 인수합니다. 이로써 특허권 침해 소송 문제도 해결하고 특허권 및 제품 판권 모두를 소유하죠.

이후 나인봇은 세그웨이 제품 10여 개의 판권과 400여 개의 핵심 특허를 확보합니다. 이를 통해 해당 분야의 선두에 올라서며 나인봇처럼 유사제품을 제조하던 후발 기업에게 특허료를 요구할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난 나인봇은 세그웨이 인재 및 글로벌 영업망 등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고, 2018년 1월 1일 상호를 “세그웨이-나인봇(Segway-Ninebot)”으로 변경합니다.

< 출처: 나인봇 홈페이지 >

○ '세그웨이-나인봇' 그 뒷이야기

'세그웨이-나인봇'은 고가의 고급 제품군은 세그웨이, 중저가의 보급 제품군은 나인봇이 담당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세그웨이를 접어서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전동 스케이트 '세그웨이 Drift'라는 제품과 '나인봇 고카트(Gokart)'라는 카트라이더를 연상시키는 제품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짝퉁기업 나인봇의 특허침해’라는 가장 큰 문제를 “원조기업 인수”라는 카드로 막아내는 방식을 사실상 누가 지휘했는지 아시나요? 역시나 짝퉁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선, 특허 관련 문제에 휘말렸던 중국 ‘샤오미(Xiaomi)’의 레이쥔 회장이었는데요. 

나인봇과 샤오미는 어떤 관계였던 것일까요?

그 답은 '슌웨이 캐피탈(ShunWei Capital)'이라는 투자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슌웨이 캐피탈은 나인봇에 무려 8,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요. 슌웨이 캐피탈은 샤오미 CEO인 레이쥔이 창립해서 이사장으로 있는 투자업체입니다. 즉, 샤오미는 나인봇의 가장 큰 투자자로 인수 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 출시 이후 각종 특허소송에 휩싸이며 수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을 테죠.

< 샤오미 로고 (출처: 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

특허에 민감한 중국 IT 토종기업에게 원조기업 인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과 많은 산업분야에서 기술과 품질, 가격 등으로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 특히 시장 침투력이 강력한 중국 기업들의 전략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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