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만드는 기술, 슈퍼 히어로 영화 속 첨단 무기
다크나이트 라이즈, 어벤져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 특수한 능력과 힘을 발휘하는 영웅들이 악당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가 잇달아 개봉해 크게 흥행에 성공하였다. 여기에는 스파이더맨, 헐크와 같이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배트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와 같이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 명은 고담 시의 다크나이트, 한 명은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천재적인 기술과 재력으로 자기 자신을 슈퍼히어로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슷한 과정을 통해 영웅이 되었음에도 성격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이 두 사람의 무기들은 디자인부터 용도까지,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다른 색을 띠고 있다.
배트맨의 경우 ‘다크나이트’라는 별칭에 걸맞게 대부분의 장비 디자인이 검은색 박쥐를 모티프로 하고 있으며 자잘하고 다양한 무기와 운송수단을 여러 개 사용하는 편이다. 반면 아이언맨의 경우 플레이보이 답게 빨간색과 금색이라는 화려한 상징컬러를 사용하며 아이언 아머 혹은 아이언맨 수트라고 불리는 단 하나의 장비로 악당들을 평정한다. 지금부터 배트맨 그리고 아이언맨의 장비들을 살펴보며 어떠한 기술이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었고 그 디자인엔 어떠한 모티프가 사용되었는지 알아보자.
본래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배트맨 시리즈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어둠 속에서 탐정처럼 추리를 해가며 고담을 수호하는 모습으로 배트맨과 로빈을 묘사하였다. 때문에 배트맨은 자신의 비밀 신분과 본래 신분인 브루스 웨인을 철저히 분리해왔으며, 악당들에게 어둠 속 공포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박쥐’ 모티프를 활용하였고, 악인일지라도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 정의의 원칙을 지켜왔다. 이러한 배트맨은 육체적 수련도 있지만 자사의 기술자인 루시우스 폭스가 개발한 유틸리티 벨트(Utility Belt)와 수많은 무기, 운송수단 등 다양한 기술력을 통해 슈퍼히어로가 되었다.
우선 유틸리티 벨트 안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무기는 배트맨의 표창인 배트랑(Batarag)이다. 던지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부메랑이나 일본식 수리검에서 이름과 기능을 땄으며, 배트맨의 상징인 박쥐 모양을 하고 있다. 독침이나 마취제가 발린 작은 배트랑에서부터 시작해서 카메라가 장착된 원격 조종 배트랑, 목표물에 적중하면 폭발하는 폭탄형 배트랑,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배트랑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소모품처럼 보이지만 배트맨은 배트랑이 일반 시민이나 악당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 후 반드시 수거해 간다고 한다.
다음으로 배트맨의 탈것을 살펴보자. 배트바이크(Batbike)라고도 불리는 배트맨의 오토바이 배트사이클(Batcycle)은 786cc의 배기량과 액체 냉각제가 내장되어있으며 방탄 재질에 컴퓨터로 원격조종까지 가능하다. 코믹스에선 로빈, 배트걸 등 배트맨 패밀리의 멤버들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캣우먼이 사용한 것은 배트사이클의 최신 버전인 ‘배트포드(Batpod)’이다. 이는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사이클이 코너를 도는 것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발견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바퀴가 360도로 회전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바퀴는 20인치이며 어께의 움직임으로 조종할 수 있고 막다른 길에 도달했을 때 편리하게 되돌아가기 위해 벽을 수직으로 타고 회전하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여담이지만 캣우먼은 후에 배트맨의 상징컬러인 블랙이 아닌 은색의 배트포드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또한 흔히 배트카라고도 하는 배트맨 자동차의 공식 명칭은 배트모빌(Batmobile)로, 탄생 초기에는 당시 유행하던 빨간색 스포츠카였으나 시대마다 디자인이 다양하게 변경되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상징인 검은색 박쥐를 형상화한 자동차를 사용한다. 현대의 배트모빌은 방탄, 음성 인식, 자동 조종, 스텔스, 머신건, 바주카포 등의 각종 무기, 연막이나 플레어 등의 회피용 기능 등을 골고루 장착하고 있는 최첨단 자동차로 여분의 배트맨 수트도 내장하고 있으며, 간단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배트맨들의 장비는 총 합해서 무려 시가 3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 더한 인물이 있었으니, 아이언맨의 수트 한 벌은 약 1억 1000만 달러, 우리 돈 1249억 원에 이른다. MIT를 17세에 수석으로 졸업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자사 기술자에게 개발을 맡기는 배트맨과는 달리 직접 자신의 무기를 만들어내는 소위 ‘공돌이’이다. 이러한 토니 스타크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개발한 아이언맨 수트는 원작 코믹스에서는 깡통로봇과 같은 디자인으로 시작되어 우주용 수트, 해저용 수트, 심지어 헐크 대적용 수트 등 다양한 버전으로 개발되어왔지만, 영화 시리즈에서는 Mark Ⅰ부터 Ⅶ까지 총 일곱 버전의 수트만이 등장하였다.
탈출용으로 제작되어 비용이 들지 않았던 Mark Ⅰ을 제외하고는 Mark Ⅶ로 갈수록 수트에 적용되는 기술이 진화되면서 제작 비용 또한 증가 하였다. 가장 최신 버전의 아이언맨 수트를 부위별로 보면 홀로그래픽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달린 헬멧이 5천410만달러(617억원), 아이언맨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전력을 제공하는 아크(Arc)원자로가 3천600만달러(410억원), 자비스로 불리는 인공지능시스템을 만들고 설치하는데 1천만달러(114억원), 등 뒤에 에일러론 부스터 200만달러(23억원), 손목에 찬 탱크용 미사일 발사기가 150만달러(17억원), 아이언맨의 어깨에 걸친 개인용 비교적 싼 편인 40만달러(4억5600만원) 정도로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의 아이언맨 수트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바로 무한한 동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아크 원자로’이다. 영화에서 아이언맨은 홀로 이 아크 원자로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아이언맨 슈트를 완성하였는데, 이때 등장한 원자로는 상온 핵융합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1억℃ 이상의 고열로 플라즈마를 가열할 때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하여 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중성자의 연쇄 반응으로 에너지를 창출해 내는 방법이다.
현재 히어로 코믹스, 영화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이러한 기술들은 자칫 진부하고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을 화려한 디자인들로 커버해 왔다. 또한 과거 많은 SF 영화들의 과학기술들이 현실화 되었듯 이제 슈퍼 히어로들의 기술 역시 영화를 넘어서 현실에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량 살상무기로 오용될 수 있는 이 기술들이 영화 속에서처럼 정의롭게 쓰여 인간을 진정한 영웅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 특허청 디자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