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는 반드시 특허 소송을 한다! 삼성 vs. 화웨이
전 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은 5G 기술 국제 표준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5G는 LTE보다 28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5세대 이동통신’을 말합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5G를 모바일 국제 표준으로 정했죠.
그렇다면 각국 이동통신 및 IT기업들은 왜 5G 기술 국제 표준화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이를 더욱 쉽게 이해하기 위해 2016년 5월 24일에 있었던 4세대 이동통신기술인 LTE와 관련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날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날입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은 이미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과 화웨이의 특허 소송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삼성과 애플의 소송과 삼성과 화웨이의 소송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은 스마트폰 업계의 1위 기업이었던 애플과 후발주자인 삼성과의 소송이었습니다. 삼성과 화웨이의 소송은 안드로이드 분야 1위 기업인 삼성과 2위 화웨이 사이에서 생긴 소송이었죠. 두 소송은 모두 선두기업과 그 뒤를 추격하는 후발기업과의 특허 분쟁 사례였습니다.
삼성과 화웨이의 소송에서 골자는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이동통신 특허 11건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인민법원 두 곳입니다. 화웨이가 문제 삼은 특허 기술은 바로 LTE 이동통신 표준 기술로 채택된 것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실력을 키워왔던 화웨이가 특허 소송까지 불사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됩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화웨이가 선두기업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대등한 기술력을 갖춘 '맞수' 입지를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죠. 화웨이는 에릭슨, 노키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회사라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신흥국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유럽과 한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 분야에서는 고급제품 시장 진입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화웨이의 기술력을 믿고 크로스라이선스 협정 조건을 바꾸려고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크로스라이선스 협정이란 것은 표준 기술 A에 대해 화웨이가 가진 특허가 40%이고 삼성이 60%이면 화웨이가 삼성에게 차액(20% 부분)만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협정을 말합니다.
결국 표준기술에 대해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은 로열티를 받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로열티를 지급하게 됩니다. 로열티로 원가가 높아지면 제품 경쟁력 또한 떨어지게 됩니다.
LTE 표준 기술을 채택한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관련 특허 5,919개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는 3위로 603개 특허(10.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1위는 퀄컴(11.1%), 2위는 삼성전자(11.0%)입니다. 4위는 노키아(8.5%), 5위는 인터디지털(7.1%) 등입니다.
화웨이는 이번 특허 소송으로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 같이 고급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로 거듭날 뿐 아니라 여러 기업과 있을 LTE 특허 관련 크로스라이센스 협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2018년 1월 중국 법원은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소송에서 화웨이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화웨이 특허를 침해한 삼성에게 스마트폰 제조 및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원래 표준 기술 관련 특허 소송의 경우에는 판매 금지 같은 판결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중국 법원이 화웨이에 치우친 판결을 내린 것이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 지역법원에서 같은 사안으로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삼성은 중국 법원에서 내린 제조 및 판매금지 판결 집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판결이 지나친 중국 우대 판결이었던 만큼 미국에서의 판결이 끝날 때까지 중국 법원에서 판매금지 판결을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표준 기술을 둘러싼 선두주자와 후발주자 간의 소리 없는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 합니다. 삼성과 화웨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특허 소송은 회사의 성장 전략 중 하나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특허권을 선점하는 것이 각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이란 점, 이제 아시겠죠?
앞으로 삼성과 화웨이의 특허 소송이 미국에서 어떤 결말을 낼지 정말 궁금합니다. 더욱이 5G 표준 기술 획득에 누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