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실용신안

과학기술 혁신을 이끄는 특허 '리서치 툴 특허'

특허광장 2021. 1. 13. 19:10

과학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특허권을 받기 위한 각국의 기업과 연구소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고도화된 기술 사이에서 진보성을 인정받아 특허권을 등록받으려면 기존에 등록된 특허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 되었는데요. 이번 시간엔 더 우월하고 진보성 있는 특허를 개발하기 위해 다른 특허들을 활용하는 방법인 '리서치 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리서치 툴(Research Tool) 특허의 개념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하는 특허를 리서치 툴 특허라고 부릅니다. 리서치 툴 특허는 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는 면모가 있기 때문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다음과 같은 예시를 열거하여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모든 도구를 말하는 것으로, 셀라인(cell lines), 모노클론 항체, 시약(reagents), 동물모델, 성장인자, DNA 자료실(DNA libraries), PCR(polymerase chain reaction)과 같은 클로닝 툴(cloning tools)과 클론(clones), 방법, 연구 장비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매우 광범위한 정의인데요. 이 리서치 툴 특허는 일반적인 발명과는 달리 특허의 대상이 되는 완성된 발명이자 동시에 관련 기술 분야의 후발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가 됩니다. 이 때문에 특허제도에 있어 정책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 코로나바이러스 검출 시약 특허

< '코로나바이러스 검출용 프로브 조성물, 프라이머 혼합물 및 이를 이용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검출방법'(출처 : 키프리스) >

최근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국면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시약이 여럿 개발되고 특허로 등록되었는데요. 이러한 시약 특허는 리서치 툴 특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나의 시약이 개발되어 특허 출원 및 공개되면, 다른 연구자들이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더 나은 성능의 시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코로나바이러스 검출용 프로브 조성물, 프라이머 혼합물 및 이를 이용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검출방법'(특허 제10-0625325호)는 과거 유행한 사스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시약을 등록한 것입니다.

< '코로나바이러스의 아형을 동시에 검출하기 위한 프라이머 및 프로브, 및 이를 이용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검출방법'(출처 : 키프리스) >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질병관리청과 생명과학 회사인 코젠바이오텍에서 여러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시약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아형을 동시에 검출하기 위한 프라이머 및 프로브, 및 이를 이용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검출방법'(특허 제10-1857685호)을 개발하여 특허 등록을 받았습니다.

○ 크리스피 유전자가위 기술

< 크리스터 유전자가위의 작동 모습 (출처 : 김민지 <기초과학을 위한 리서치 툴의 특허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나>) >

또 다른 리서치 툴 특허의 사례로 크리스피 유전자가위 기술을 들 수 있습니다. 유전자가위(Genetic Scissors)는 생물의 특정 부분의 유전자를 인식하여 결합한 뒤 그 DNA의 부위를 자르는 일종의 ‘효소(Enzyme)’의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서 DNA를 이중나선의 지퍼라고 한다면, 그 지퍼에 이가 나간 상태에서 특정 부분만 제거하고 다시 지퍼 조각을 갈아 끼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면 DNA 상에서 유전자 짜깁기가 가능하여 재조합 DNA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조합 DNA란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을 이용해 DNA의 특정 부분을 끊어내고 재조합 하고 싶은 DNA를 그 자리에 이어서 만든 ‘재조합된’ DNA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 DNA를 미생물에게 주입하면 미생물 내에서 재조합 DNA가 단백질로 발현되어 새로운 형태의 재조합 단백질(인슐린 등 각종 호르몬 등 인체에 유용한 여러 생체물질)을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 특허 출원단계에서의 문제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등 리서치 툴 특허는 후속 특허발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출원 단계에서부터 그 과정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먼저, 특허권으로 보호되는 권리범위를 어느 정도로 확정할지의 문제입니다. 광범위한 권리범위를 인정하여 특허권을 부여하게 된다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새로운 분야의 개발을 수행하려는 과학과 산업계의 후속 활동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권리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한다면 비슷한 특허가 우후죽순 양산되는 결과만을 낳게 할 것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특허 출원 시에 리서치 툴의 권리범위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는다면 후에 더 큰 특허분쟁이 촉발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특허 출원에 있어 신규성과 진보성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역시 앞서 언급한 권리범위의 확립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선행 기술의 권리범위를 확정한 다음에, 출원된 기술이 그 권리범위 안에 포함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신규성과 진보성을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특허 출원에 앞서 선행 연구나 선행 지식의 권리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면, 리서치 툴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특허 실시단계에서의 문제점

리서치 툴이 특허로 출원된 다음에는 그 실시에 있어서도 여러 문제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특허가 등록되어 특허권자에게 독점적 지위가 부여된다면, 그러한 독점적 지위가 없는 사람은 특허권을 실시하기 위해 보통 특허권자에게 사용료 등을 지불하게 됩니다. 하지만 리서치 툴은 그 자체가 다음 후행 연구의 성취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그를 실시하는 데 있어 일반적인 특허권의 실시와는 다른 방식을 따르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와 연관되어 우리나라의 경우 특허법 제96조에서 ‘연구나 시험 목적의 특허권의 실시’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이 96조가 리서치 툴의 특허에 적용될 여지가 있을지에 대해 학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강제실시권을 활용할 수 있을까

특허법상의 강제실시권제도란, 정치적 또는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정부기관 또는 제3자에 의한 지식재산권의 사용을 허가하기 위하여 특허권자가 강제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특허권이 부당하게 사용되는 경우” 또는 “특허발명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특허발명이 강제실시권 이외의 방법을 통해서는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 대체 수단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이러한 강제실시권 제도가 리서치 툴의 실시에 인정된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정하여 과학자들이 특허권의 장벽 없이 연구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강제실시를 청구하여 법원이 판단한 사례를 살펴보면, 강제실시권의 요건인 “공공의 이익”을 엄격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리서치 툴에 강제실시권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우 강제실시권의 인정에 보다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만 리서치 툴의 보장을 위해 아직 강제실시권을 실행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으로써는 리서치 툴에 강제실시권을 적용하는 것은 서구 선진국에서조차 때가 무르익지 않은 듯합니다.

지금까지 앞으로의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어가는 도구의 역할을 하는 리서치 툴 특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리서치 툴 특허는 향후 후속 발명에 있어 필수적인 기초 자산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출원 및 실시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데요. 각국이 협력하여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 특허청 <Research tool 특허」에 관한 생명과학분야의 최근 이슈>, 조선 BIZ 테크 <기술 둘러싼 생명과학 분야 최대급 특허 분쟁 촉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지식재산 우수논문 - 손민지 <기초과학을 위한 리서치 툴의 특허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나> )